미국의 스위스 환율조작국 지정 원인 분석 및 평가 (On the U.S. 2020 Designation of Switzerland a Currency Manipulator)
Korean Abstract: 미국 재무부는 2020년 12월 ‘환율보고서(Macroeconomic Foreign Exchange Policies of Major Trading Partners of the United States)’에서 스위스를 베트남과 함께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지정하였다. 환율보고서는 재무부가 반년마다 미국의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을 평가하여 의회에 제출하는 보고서이다. 특히 환율보고서는 대(對)미국 무역수지, 경상수지,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국가에 대하여 ‘심층분석(enhanced analysis)’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국가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2020년 12월 환율보고서가 스위스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도 조사 대상 기간(2019년 3/4분기~2020년 2/4분기) 중 스위스가 상기한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고, 이에 따라 심층분석을 실시한 결과이다. 조사 대상 기간 중 스위스의 금리와 물가상승률은 모두 음(陰)이었고, 코로나19 사태 발발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급증하여 스위스 프랑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급증하고 있었다. 환율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 자체는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스위스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는 적정 수준을 초과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즉 스위스의 외환시장 개입 중 적어도 일부는 자국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본 연구는 현황조사와 문헌조사를 통하여, 이러한 환율보고서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평가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우선 스위스의 수출이 스위스 프랑화 환율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지, 즉 스위스 수출의 주된 경쟁력이 가격경쟁력인지를 살펴봄으로써 스위스가 자국의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하였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가늠해보았다. 또한 외생적 요인에 의한 스위스 프랑화의 급격한 평가절상이 스위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스위스의 외환시장 개입이 정당성이 있는지를 가늠해보았다.스위스의 상품 수출은 기술집약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상품에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HS 4단위를 기준으로 볼 때 원자재인 금을 제외하면 의약품, 화학품, 정밀기기(시계), 의료기기 등 기술집약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상품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제1차 세계화기(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 스위스가 전략적으로 실시한 정책의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수출구조 덕분에 스위스 프랑화 환율이 스위스의 총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며, 특히 주요 수출품인 기술집약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상품, 그중에서도 총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의약품과 시계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외생적인 요인에 의한 스위스 프랑화의 급격한 평가절상은 스위스의 수입가격을 떨어뜨려서 물가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수입품에 의한 가격경쟁으로 국산품의 가격에도 하방압력을 가중시키며, 스위스 경제주체들의 국산품 대 수입품 간 선택도 교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은 이러한 스위스 프랑화 평가절상 압력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징을 감안할 때,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은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급격한 자국 화폐 평가절상이 국내 물가에 하방압력을 높이는 것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스위스 중앙은행의 의무가 물가안정이므로, 물가가 이미 상당 기간 동안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대응이 시급하였고, 2014년 말부터 정책금리를 음으로 유지해왔기 때문에 정책금리 하향 조정은 효율성과 효과성이 낮았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